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 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 수상 이후 오랜 시간 준비하여 야심 차게 내놓는 소설로, 치밀한 사전 조사와 압도적인 상상력으로 무장한 작품이다. 7년의 밤 동안 아버지와 아들에게 일어난 슬프고 신비로우며 통렬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령호의 재앙이라 불리는 사건에서 살아남은 열두 살 서원, 세상은 그에게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올가미를 덧씌운다. 친척집을 전전하던 끝에 결국 모두에게 버려진 서원은 세령마을에서 한집에서 지냈던 승환을 다시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한다.

 소설가이자 아버지의 부하직원이었던 승환에게 의지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던 서원에게 아버지의 사형집행 확정 소식이 칼처럼 날아들고 서원에게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낙인을 찍은 잡지 '선데이매거진'이 그를 세상으로부터 내몬다. 서원은 세간의 눈을 피해 승환과 떠돌이 생활을 하며 승환에게 잠수를 배우며 살아간다.


박범신 (소설가, 교수) : 정유정 작가를 생각하면 그리스 신화 속의 여전사인 아마존이 떠오른다.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는 그녀가 한국문학 판으로 입성하며 힘차게 불어 젖힌 일종의 진군나팔 같은 것이었다. 뒤돌아보지 않는 힘 있는 문장과 압도적인 서사 그리고 정교한 취재를 기반으로 한 생생한 리얼리티가, 여성작가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여러 문학적 함정들을 너끈히 뛰어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 7년의 밤은 강력한 전사로서의 그녀가 가진 역량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결정판처럼 읽힌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 내장된 다양한 인간 군상과 인간 본질을 이만큼 생생하고 역동적인 이야기로 결집해내는 것은 문단의 아마존이 아니고선 성취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약한 현대인들의 섬세한 내면을 감성적 이미지에 의존해 표출해온, 내면화 경향의 ‘90년대식 소설들이 아직 종언을 고하지 않고 있는 현 단계에서, 정유정이 보여주는 문학적 성실성, 역동적 서사, 통 큰 어필은 새로운 소설의 지평을 여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녀는 괴물 같은 소설 아마존이다.

 

조용호 (소설가) :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진 밤’, 당신이라면 그 저주받은 생을 어떤 타구로 받아칠 것인가. 여기 광활한 수수 벌판 한가운데 깊게 파인 생의 우물, 그 고통의 블랙홀로 사라진 아비 때문에 평생 악몽을 꾸는 사내가 있다. 대를 이어 그 우물 난간에 매달린 어린 아들을 구하고 사형수가 된 사내는 이제 살아남은 아들에게 다시 절묘한 변화구를 던져야 한다. 삶과 죽음, 죄와 벌, 이승과 저승 사이의 사랑, 악마와 선인의 위태로운 경계, 천지를 두드리는 물보라의 굉음. 이 장대한 스케일의 숨 막히는 서사를 끝까지 힘차게 밀고 나간 작가의 에너지가 경이롭다.


뒤돌아보지 않는 힘있는 문장, 압도적인 서사, 생생한 리얼리티. 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와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작가 정유정의 신작 장편소설 7년의 밤(은행나무)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수상 이후 오랜 시간 집필에만 몰두하여 내놓는 결과물로, 7년의 밤 동안 아버지와 아들에게 일어난 슬프고 신비로우며 통렬한 이야기를 치밀한 사전 조사와 압도적인 상상력에 힘입어 펼쳐놓은 소설이다. 독자의 눈을 잡아끌고 정신을 홀리는 매력은, 작가가 애초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인간의 본성을, 심연을 들여다본다는 의도에서 기인한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작가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다. 문장에서도, 이야기에서도 활강이 시작되면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작가 고유의 짜릿한 문장과 탄탄한 캐릭터 설정, 물 샐 틈 없는 세계관으로 직조된 이 작품은 심해에서 수면으로 솟구치는 잠수부의 헐떡이는 심장처럼 숨 가쁜 서사적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강렬한 필력의 여성 작가, 새로운 소설의 지평을 열다!

작가는 전작 내 심장을 쏴라에서 보여줬듯이, 한국문단에서 가장 강력하고 스케일이 큰 서사를 구현할 수 있는 소설가들 중에 한 명이다. 여성 작가로서는 무척 보기 드물게 자신만의 소설 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창조주로서 소설 속 인물들을 진두지휘하는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실수로 인한 살인이 불러온 파멸, 선과 악, 사실과 진실 사이의 이면, 결코 놓칠 수 없는 삶에 대한 의지 등 평범한 필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소재와 이야기를 치밀하게 재단하고 완성하여 독자 앞에 부려놓았다.

소설가 박범신은 작가를 한국문단의 아마존(Amazon, 고대 그리스 전설 속 여전사)’으로 비유하며 약한 현대인들의 섬세한 내면을 감성적 이미지에 의존해 표출해온, 내면화 경향의 ‘90년대식 소설들이 아직 종언을 고하지 않고 있는 현 단계에서, 정유정이 보여주는 문학적 성실성, 역동적 서사, 통 큰 어필은 새로운 소설의 지평을 여는 데 부족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작품에 대해서 정교한 취재를 기반으로 한 생생한 리얼리티를 지닌 소설이라고 평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서사의 견고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물뿐 아니라 소설 속에 구현된 세계의 존망까지도 쥐락펴락하는 능수능란함과 함께 인간의 내면을 깊이 응시하는 태도 또한 놓치지 않은 치밀함은 작가의 장점 중의 장점이다. 이토록 문학적인 섬세함을 놓치지 않고 강단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작품은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울 것이다.

 

한 남자는 딸의 복수를 꿈꾸고, 한 남자는 아들의 목숨을 지키려 한다. 이 작품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고 액자 소설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안쪽 소설은 7년 전 우발적으로 어린 소녀를 살해한 뒤 죄책감으로 미쳐가는 사내와 딸을 죽인 범인의 아들에게 복수라는 장외 정의를 감행하는 피해자의 숨 막히는 대결을 다루고 있다. 사내는 아들의 목에 걸린 죽음의 올가미를 벗기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이 과정에서 되돌릴 수 없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바깥쪽 이야기는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굴레를 쓰고 세상을 떠돌던 아들이 사형집행이라는 소식으로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과 맞닥뜨리는 데서 시작된다. 아버지의 죽음은 ‘7년 전 그날 밤으로 소년을 데려가고, 소년은 아직 그날 밤이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소년의 목에는 여전히 올가미가 걸려 있었으며 그 올가미를 죄는 손길은 점차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삶이라는 혼돈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가장 중요한 것을 잊는다. 작가는 절실하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그때,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진’ 7년 전 밤에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이미 파멸을 향해 치닫고 있는 삶을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발버둥친다. 순간의 판단 착오로 삶이 끝없이 낭떠러지로 떨어져 내릴 때, 우리는 그 생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주인공 현수는 낭떠러지 앞에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 상황에서도 마지막 남은 공인 아들 서원에 대한 강한 부정(父情)을 버리지 않는다. 우리가 삶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가운데,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아마도 그 힘은 자신만의 마지막 남은 공에서 비롯할 것이다. 이 소설은 삶을 기어이 이어가게 만드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라는 대답을 내놓게 만드는, 결국은 승리하고야 마는 선한 의지와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과 진실 사이의 어두운 협곡을 들여다보는 날카로운 시선. 이 작품에는 무의미하고 질척거리는 회상은 끼어들 틈이 없고 인생철학을 논하는 그럴듯한 능변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인물마다 개인적인 역사와 그로 인한 페이소스가 개연성을 띠고 소설의 핍진성에 힘을 보탠다. 독자는 어느덧 물결 속에 휩쓸려 주인공들과 함께 서사의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숨이 턱턱 막히지만, 결코 소설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산소탱크 계기판에는 산소가 바닥났음을 알리는 숫자가 나타나지만 독자의 마음은 더 깊이 내려가면 신비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기대로 부푼다.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진 밤, 당신이라면 저주받은 생을 어떤 타구로 받아칠 것인가.

 

세령호의 재앙이라 불리는 사건에서 살아남은 열두 살 서원, 세상은 그에게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올가미를 덧씌운다. 친척집을 전전하던 끝에 결국 모두에게 버려진 서원은 세령마을에서 한집에서 지냈던 승환을 다시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한다. 소설가이자 아버지의 부하 직원이었던 승환에게 의지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던 서원에게 아버지의 사형집행 확정 소식이 칼처럼 날아들고 서원에게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낙인을 찍은 잡지 선데이매거진이 그를 세상으로부터 내몬다. 서원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승환과 떠돌이 생활을 하며 승환에게 잠수를 배우며 살아간다.

세령호의 재앙으로부터 7년 후, 등대마을에서 조용히 지내던 승환과 서원은 야간 스쿠버다이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청년들을 구조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세간의 관심을 다시 받게 된 서원은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상자를 배달받는다. 상자 속에 들어 있던 소설은 승환이 쓴 것으로 7년 전 세령호의 재앙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승환의 소설 세령호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누군가에게 목 졸려 죽은 소녀를 둘러싸고 세령마을에서 일어났던 그날 밤의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서원의 아버지이며 실패한 프로야구선수였던 최현수, 최현수의 아내이자 악착같이 중산층을 꿈꾸는 강은주, 소설의 뮤즈를 찾아 세령호에 잠긴 마을을 탐사하기 위해 잠수를 시도하는 안승환,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아내와 딸에게 서슴없이 폭행을 가하는 무자비한 치과의사 오영제, 오영제의 딸이자 죽임을 당한 채 호수 속으로 사라져 버린 비운의 소녀 오세령, 최현수의 아들이며 당차고 겁 없는 열두 살 소년이었던 최서원이다.

 

7년 전 사건을 복기하는 것에 염증을 느낀 서원은 읽던 소설을 팽개치고 집을 나서다 아버지의 사형이 집행되었다는 전보를 받는다. 서원은 뱃속에서 격렬하게 일렁이는 불을 끄기 위해 바닷속으로 잠수를 시도한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 저 멀리 자신을 바라보는 낯선 이를 목격하고, 비로소 서원은 자신의 아버지가 교수대로 간 이유를 아직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승환의 소설을 펼쳐서 마저 읽기 시작하는데. 진실과 사실 사이, 과연 세령호의 재앙 이면의 진실은 무엇일까?


(정보제공 : 알라딘도서 / 은행나무)